손가락 피부가 두어 군데 죽어가고 있길래 이런 타이틀을 붙여 봄. 닳아지는 살들이 생각나는 겨울 초입의 어떤 날 간밤엔 잠도 잘 못 자다가 새벽 다섯 시가 넘어 잠들었고 눈 뜨니 오후 한 시였다. 낮밤 바뀌면 안 되는데 집에 와서도 이런 패턴으로 생활하다니 흑흑. 지금은 서울 돌아가려고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손 너무 시리다. 오늘 별로 안 추운데 손 코 귀만 시려. 어제부턴 계속 에디킴 노래 듣고 있는데 난 솔직히 초기 노래들 별로 안 좋아했거든 밀당의고수나 투예어스어파트 등등. 근데 지금 이 때 즈음에 너무 딱 맞는 목소리 같아.. 쿵쾅대랑 bet on me 두 곡만 계속 돌려 듣는 중. 흐극극 사랑해요.
왜 메모장 켰냐면 한 달 전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둥글리던 말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한 줄로 말하자면 남한테 불필요한 연민을 갖디 말자는 것.. 예전에 1호선 잡상인들에 대한 단상을 쓰면서 나는 그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는 그들에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여지를 내어주는 것부터가 그들에게 실례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노점 장사를 하고 지하철에서 뭘 팔고 길에서 야채를 팔고 구걸을 하고 축제에서 김밥을 팔고 껌을 팔고 등등등 이런 것들에 나는 매일 약해 왔다. 기꺼이 그들에게 돈을 내어 주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알 수 없는 비통함 같은 것들이 합쳐져서 그랬달까. 지금도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계속 그런 생각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지만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생각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당장에 우리 집 형편도 그렇게 좋지 않고 나는 내 밥그릇도 못 챙기고 있는데 어떻게 누굴 동정하고 연민해 내가. 그렇게 하는 행위는 결국 그들에게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해.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런 감정을 주는 건 실례고 또 교만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고 앞으로는.. 그렇다고 또 그거에 너무 덤덤해져서 그런 사람들을 봐도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 마음도 있다 어려워
어제는
싱숭생숭함의 단계를 지나서 무감각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 모든 것들이 다가왔다가-지나쳐서-사라진다 시간도 사람도 물건들도 우리는 다가오는 것들을 소모하곤 하지 그리고 한동안 아까워하기도 하고 / 소모한 것들에 대해 무던하게 지나치는 연습의 연속이 인생이라고 생각해 나는
이런 글을 남겼고 예슬은 그런 나를 늘 사랑하고 응원한다고 달아 주었다 예슬아 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이렇게 어려울까 하고 물었고 아기는 사랑하는 대상이 사람이라서 그런 거라고 그랬다 사람은 어렵고 심오하고 무섭기 때문에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다고.. 날것이 그대로 마음을 쿡쿡 찔렀다 작년 이맘때의 나는 어떻게 사랑했는가 그리고 올해는 왜. 꿈에서는 스쳐지나간 그리고 깊었던 사람들과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조차도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데 누가 나를 알겠으며 내가 감히 누굴 알겠는가.
A의 징징거림 패턴에는 변화가 생겼으나 그렇다고 A의 징징거림이 사라진 건 아니다. A는 여전히 A다. 그리고 나의 어떤 것에도 변화가 생겼겠지만 나도 여전히 나다. 우리는 잘 안 바뀌고 어떤 것들이 바뀌어도 결국 우리의 본질은 우리 지각 맨틀 아래 핵으로 견고히 자리잡고 있으니까. 일전에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그 아귀가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 천사와 악마 무엇무엇무엇 하면서 작중 인물 B와 C도 결국 그런 존재다’ 라고 하면서 썼던 글이 있다. 내가 썼던 문장 가운데에 나를 조여 넣고 생각하게 되는 가을 끝자락이네. 빨리 더 공기가 추워져서 폐에 차가운 공기를 우겨넣으며 살아있음을 매 순간 느끼고 싶다. 나는 그렇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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