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과제용으로 썼던 거 근데 지금 읽으니 엉망진창이네 쓰기 싫은 거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억지로 막 써서 그런감 그래도 마지막 문단엔 하고 싶은 말 다 때려넣었으니.. 아이러니하게 열심히 쓴 것보다 이게 점수를 더 잘 받았더랬다. 앞에 인용이나 분석 빼고 뒷부분만 올린당. 일부러 편집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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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벨리코프처럼 우리가 가진 생각들로 개인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 즉 ‘상자’는 우리를 제한하고 구속하기도 한다. 상자라는, 규격화되고 기능적이어서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인간적인 면을 억누르고 구속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은 절대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할 수 없다. 그것이 벨리코프처럼 극단적으로 방어적이거나, 혹은 극단적으로 공격적이거나, 둘 다 아닌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개인의 생각은 완벽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가 정해 놓은 것들에 맞추어 살려는 우리의 욕심이, 이반 이바느이치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가치인 정직과 자유를 저버리면서까지 사소한 이득을 위한 행동을 하게끔 우리를 이끄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벨리코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모두 상자 안에 갇힌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상자의 모양과 특성이 조금씩 다를 뿐, 우리가 모두 각자의 ‘완벽하지 않은’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옳지 않은 부분들을 고쳐 나가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하나의 큰 세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벨리코프는 그 큰 세계에 부합하지 않았고, 자신의 작은 세계에 갇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단점 등을 고치려는 노력도 그에게는 없었다. 모두 자신들의 상자 안에 갇혀 있었지만, 벨리코프의 상자는 유독 폐쇄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외로웠고, 사람들에게 외면 받은 것이다.
다시 말해, 벨리코프가 외부의 위협이라는 불안 요소에 대항해 자신의 상자 속 세계를 구축한 것은 더 큰 차원의 세계로 확장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벨리코프의 세계는 공고한 듯해 보였으나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고 타인과 공유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고, 그의 세계가 인정받지 못하고 한 순간에 죽음이라는 허무한 결말로 벨리코프라는 한 사람의 세계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작가 체홉은 이반 이바느이치의 입을 빌려 우리의 세계도 언젠가는 무너져 버릴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벨리코프의 마을은 개개인의 상자로 가득 찬 마을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두는 결국 다 상자 속의 사나이들이고 상자 속의 여인들이다. 우리 사회 또한 하나의 거대한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벨리코프처럼, 예상치 못한 외부의 충격 때문에 자신의 세계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며 자신이 상자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작은 것을 위해 더 기본적인 가치들을 포기하고, 그것은 살인이나 강도, 혹은 다른 범죄의 양상으로 극대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범죄를 차치하고서라도, 양심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상자를 더 공고하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상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럴수록 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들어하고 겉돌며, 부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드는 인간상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를 이루는 개개인은 스스로를 상자 속에 가두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한 삶을 살고 있다. 앞서 이반 이바느이치가 언급한 자유나 정직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과 이념의 자유, 상상과 행동의 자유도 우리가 스스로 만든 상자 속에 갇혀 구속되기도 한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자신의 상자 안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의 세계 또한 수많은 상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작은 세계들도 상자에 갇히지 않게 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 체홉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이반 이바느이치가 그랬듯 우리는 우리도 상자 속의 사나이들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와 개인들의 세계가 모인 하나의 큰 세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가치 아래에서 흘러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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