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열한 시도 안 되어 잠들어 새벽 세 시인가에 깼다. 나는 늘 자다가 깨면휴대폰 볼 정신도 없어 눈만 뜨면 바로 보이는 전자레인지의 15분 느린 시간을 본다. 오늘 새벽 그게 세 시 팔 분이었던가 그랬다. 윗도리를 벗고 창문 닫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섹스하는 꿈을 꿨는데 너무 생생했다 귀접인지 뭔지가 생각났다 혹시 내 정기 다 빨리고 있는 거 아냐? 일어나선 쭉 늘어져 있다가 (요즘의 내가 가장 많이 취하는 모션) 정신 상태에 대해 고민하다 병원이라도 가 봐야 할 것 같아 가려고 했는데 의사가 당신 우울증이에요 해도 나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내 모습이 보여서 그만뒀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읽기 시작했다. 내일 전공 수업에서 이야기할 책은 읽지 않는다. 난 내가 읽고 싶은 것 읽고 싶다고. 최근엔 수업에도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모든 것이 족쇄다. 파리에서 비주얼 아트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돈에 숨이 막히고 그만뒀다.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영혼이 한 단계 성장한다는데, 그럼 지금 나는 마이너스 오 단계쯤 되나? 더 가라앉을 것이 두려워서 오늘 밤엔 좀 걷고 뛰기로 마음먹었다. 이삼 키로와 함께 아델 노래면 괜찮지 않을까? 다음 주에는 내가 좀 해방될 수 있을까… 모든 것에서.


'D'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년 6월 11일  (0) 2017.08.20
-  (0) 2017.08.20
17년 5월 / 재니스 조플린을 들으면서  (0) 2017.08.20
17년 / 문득 스쳐지나가는 것들  (0) 2017.08.20
17년 어느 날의 무제  (0) 2017.08.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