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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집어지는 것

임율무 2017. 12. 30. 02:23

한두 철쯤의 긴 방황을 끝내면서 나는 내가 어쩌면 강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믿게 되었고 동시에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었다. 다시 두 철이 지나고 가을 그리고 겨울. 나는 다시금 엄청나게 유약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많이 깎여 있었고.. 그래서 이게 맞나 내가 올바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고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고 고민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헤집어 놓았고 나는 쉽게 그렇게 되었고. 그래도 웬만하면 참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나한테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 왔다

그리고 최근의 나를 가장 크게 헤집어 놓은 사람이 있다 내가 그 사람을 헤집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내가 헤집히던 거였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큰 생각이 없었는데 그 사람 때문에 작년의 가여웠던 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밑도 끝도 없는 우울에 처박혀서 외로워졌다 외로움을 느낀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나는 점점 더 약해지는 기분이 들어 매 순간 

그치만 추측하던 걸 확신하게 되고 정작 그걸 듣던 순간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생각으로는 몇십 번을 되풀이한건데도 막상 만나서 그런 말 들으니까 아무 것도 못 하지 내가 너를 좋아해도 되는 걸까 하고 그렇다고 내가 하지 않을 말을 걔가 할 것 같진 않고 진전도 없고 

모르겠고 정말

에구구 빨리 떠나기나 하고 싶다 이런 싱숭생숭함 더 못 견디겠네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다..  출국 한 달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