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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1일

임율무 2017. 8. 20. 18:40

행복했으나 불행했고 즐거웠으나 불안한 한 해가 지났다. 힘들어서 그랬는지 뭔지는 몰라도 신년이 그렇게 즐겁지는 않네. 오늘의 일은 고되지 않았다. 휴무인 오빠가 나와서 쉬는 시간마다 대화한 것 빼곤 별 기억이 없다. 밥은 찐 밥이어서 배가 금방 꺼진다. 일 끝내고 내려와서는 잠깐 잤고 일어나선 가족들과 다 같이 스키장 올라가서 신년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스키장이 생긴 이래로 매년 그렇게 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카운트다운이 끝나면서 소원을 빌지 않았다. 그게 소용이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어쨌든 나는 이제 스물 하나고 한 살 만큼의 책임이 어깨에 더 지워진 거다. 내 어느 페이지에 썼듯 스물은 어린 나이이며 그만큼 욕심을 낼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 욕심들에 힘들어하지 않았어도 됐고 스물 하나도 그렇다. 나는 아직도 어리다. 구태여 짐을 사서 질 필요는 없는 거다.


올해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새로운 장소에 갔으며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고 그렇게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은 영화를 보고 많은 책을 읽었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이 학기의 내 버킷리스트 중 반 정도는 세모 표시에 머물러 있으며 온전히 이루었다고 생각한 건 두어 개에 불과하다. 여러 모로 미숙했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누가 내 사람이고 아닌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몇 년 함께 했다고 내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나에게 맞지 않고 나와의 관계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하나하나 배제해 나가기로 했다. 얘는 몇 년 친구니까 함께해도 별 걱정 없을 거에요 하고 남들에게 말하면서도 그 몇 년 친구는 내 사람이 아닌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를 통째로 보여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그러나 글쎄 묻는다면 나는 이제 그 친구가 내 삶에서 떨어져 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이는 비단 그 친구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닌 많은,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항상 언급하는 나의 귀찮음은 물리적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나에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대내외적 요소들이다. 17년에는 제발, 제발 나를 귀찮게 하는 일들이 적어졌으면 한다.


늘 언급하는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뭔가 쑥스러워져서 개인적으로 일일이 언급하면서 감사함을 표하기는 생략했다. 페이스북에 앞다퉈서 올해 감사했다 내년 잘 부탁한다 하는 의례적인 인사도 생략했다. 내가 구태여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올해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항상 감사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예민한 나를 지지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나를 지지해 줄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고마운 일이다. 올 한 해 나는 감정의 커다란 노예였고 그런 만큼 사람에게 많이 휘둘렸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이제는 감정적이되, 감상적인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타자를 치다 보면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이 문제점이다. 올 한 해의 목표. 건강하기(늘 그렇듯 가장 중요). 내 스스로 만족스러운 외면과 내면의 상태 달성하기. 교양 있는 사람 되기. 남에게 휘둘리지 말며 남을 휘두르려고 하지 말기. 그러나 늘 그랬듯 내 자리와 나의 삶의 방식 고수하면서 소신 있는 여성으로 더 성숙해질 것. 내가 그러지 못하면서, 이제는 좀 행복하라고 했다. 나도 그리고 내 주위의 소중한 모두들 다 행복한 한 해였으면 좋겠다, 고 소소하게나마 소원을 적는다. 기쁜 것이 있다면 내일은 휴무일 ~ 늦잠 자고 느즈막하게 스키나 탈까 생각중.